월담

황제바나나쥬스



작품소개


소설 '신발수집가의 서재'의 광적인 애독자인 황제, 자황은 소설가인 태복선생을 만나고자 한다. 하지만 웬일인지 태복선생을 찾을 수 없는 자황. 하지만 태복선생의 정체는 자황의 후궁 위 재인이다.

태복선생은 선천적으로 다리를 절고 항상 뚱한 표정에 애교도 없을 뿐 더러 자신의 지아비에게 여러 가지 의미로 불만이 많다! 딱히 자황이 콕 집어 잘못 한 건 없지만 하나하나 다 마음에 안 드는 태복선생. 자황은 태복선생이란 후궁이 있는지도 기억을 잃었다. 황궁 안에 꼭꼭 숨은 작가선생과 자황은 서로 연모를 할 수 있을까?


담 넘기 전문 후궁과 후궁쫓아 담 넘는게 취미가 된 폐하의 이야기.



읽은편수/연재편수 (8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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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회공에 무심수 조합일 때, 가끔 수가 개연성 없는 변덕을 부려야 그나마 이야기가 호흡하고는 한다. 그런 장면을 좋아한다. 말도 안 되고 캐릭터 성이 없어진다고 해도 사람 사이가 원래 그런 거니까. 아 이 소설이 개연성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태복 선생이 변덕 부리는 순간에 환호성이 나오면서 예전에 읽었던 글들이 생각났었을 뿐.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다룬 이야기이고 동시에 성장물이다(자황에게도 복태에게도). 다른 곁가지는 최대한 줄이고 두 사람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bl을 좋아한다. 이 소설도 둘이 어떻게 오해하고 어떻게 사랑하는지, 둘 사이의 감정에 많이 초점을 맞춰서 참 좋았다.

 복태는 태복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고 있다. 그가 하는 소망과 상상과 현실이 합쳐진 내용이다. 태복이 쓴 글이 너무 현재 상황에 솔직해서 자기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게 빤하지만 귀여웠다. 그리고 종종 슬펐다. 

 슬픈 장면은 더 많았는데, 그의 첫 신발이 자황에게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아끼는 말을 죽였다는 걸 알았을 때... 아 이렇게 쓰면 자황이 참 나쁜 사람인 것 같아도 중반에 가서는 둘의 심정이 다 이해되기 시작해서 힘들었다. 초반에는 태복선생의 말에 주억거리면서 봤었지만. 댓글을 제대로 안 봐서 모르겠는데 독자들도 자황과 복태의 편에 각각 서서 이야기하고는 한 모양이다.


 초중반에 오해가 하나둘 쌓이는 게 탄탄해서 놀랐다. 깊어지는 골을 보다보니 김세영 작가님의 『달콤한 피』 봤을 때가 떠올랐다. 오해도 그렇고 화해도 그렇고 캐릭터 성이 확실하니 이야기가 절로 흘러가는 듯.

 말투가 종종 현대적인데 그것조차 문학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단행본 나오면 꼭 사고 싶은 책.

Posted by 리뷰하는 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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