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빛나는 꽃

호란

B&M



이 책의 키워드


#멜로물 #궁정물 #판타지물 #서양시대물 #냉혈공 #다정공 #강공 #집착공 #다공일수



책 소개


소년이 눈을 떴을 때,
멈춰 있던 운명의 수레바퀴가 다시 굴러가기 시작했다.
얽히고설키는 인연 속에서 그가 구원하고, 또 구원받는 이야기.


“폐하의 용건을 듣고 싶군요. 당신은 전혀 얌전하게 몸 사리고 살아 줄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말입니다.”

응, 당연하지. 나는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손잡자.”
“…….”

그는 또 한 번 나를 미친놈 보듯 바라봤다. 그러나 그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손을 살랑살랑 흔들어 보였다.

“우리, 같은 편 하자구.”

이게 내 결론이다. 델하르트가 알면 경악하겠지만, 일단 저질러 놓고 나면 그도 반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내게는 이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나는 미리암 에센트라와 싸워 이길 수 있다]의 대답은 명백하게 No였다. 육체적인 의미로든, 정치적인 의미로든. 그렇다면 최종 보스가 꼭 적일 필요 있나? 우리 편 하면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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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하시는 분의 평점이 좋기도 했고, 키워드도 잘 맞을 것 같아서 미리 보기 없이 바로 구매했다. 후회하지는 않는데 그래도 좀 비싸긴 했음.

 책 소개도 안 읽었기에 '구원하고, 또 구원받는 이야기.' 이 말도 지금 처음 봤다. 저 말 보고 읽었으면 조금 후회했을지도 모르겠다. 단언컨대, bl에서 제일 좋아하는 그리고 정점에 있다고 생각하는 소재는 '구원'이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의 세상의 전부이고, 종교 혹은 신이나 마찬가지인 관계. 물론 서로 사랑하고 구원받는다는 내용을 표방하는 소설은 많지만, 만족스러울 만큼 스토리와 감정선이 나오는 글은 몇 편 없었다. 이 소설에서는 아에로크(국가)와 한지후(수 이름)가 서로를 구원했다는 직접적인 서술도 있었고, 소개에 나오듯이 작가가 의도한 바도 수가 공들을 구원하는 이야기일 거다. 일단 수가 누군가의 구원이라는 사실이 좋았다. 그런데 그렇게 되기까지의 설명이 조금 빈약하지 않았나 싶다. 

 아무리 다공일수라도 그렇지 공들이 너무 쉽게 마음을 준다. 반란군 수장이라는 자가 말 몇 마디 나누고 어린 애를 좋아하게 되는 것도 충분히 설명 안 되지만, 분명 다른 편이었던 메인공 델하르트가 주인공이 빙의한 후에 갑자기 충성을 바치는 것이 제일 의아하다. 그가 마음을 돌리는 과정이 비중이 너무 작아서 언제부턴가 최측근 기사로 서 있는 것도, 결국 아버지를 죽이는 선택까지 하게 되는 것도 공감 가지 않았다. 그 선택의 타당성은 이해가 되지만 거부감이 든다고 해야 하나... 언제부터 저렇게 좋아하게 된 거야? 이런 의문이 들고, 다시 거슬러보니까 정말 별 이유 없더라

 아무튼 다공일수답게 세 명의 공이 사랑을 고백한다. 타 소설과 다른 점은 셋의 사랑을 다 받아들이지만 메인공은 엄연히 존재한다는 점이려나. 


 감정선 이해가 좀 힘들었어도 사건 전개 중심인 걸 생각하면 용서된다. 대사가 좀 유치해도 전개능력이 뛰어나다. 이 바닥에서 이 정도로 쓸 수 있는 사람도 드무니까. 그래도 아쉬웠던 건 위기가 너무 쉽게 해소된다는 점이다. 꼭 등장인물을 죽일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전쟁이 한창인데 거의 죽은 이 없이 항상 승리한다. 나중에는 긴장감이 아예 없어져서 흥미가 조금 떨어졌었다. 아, 인어가 죽었지... 아기 인어가 제일 귀여웠는데 유일하게 죽었다... 안 돼.......

 전쟁이 어떻든 간에 전쟁 장면이 자주 나온다는 것 자체는 정말 좋았다. 그리고 항상 전쟁에 참여하는 차원 이동/빙의 주인공을 괴롭히는 게 사람을 죽인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인데, 이 부분은 굉장히 깔끔하게 넘어갔다. 우리 편을 지키기 위해서니까 하고. 끝도 없이 고민하면서 적응 못 하는 주인공이나 아무런 생각 없이 게임 플레이하는 것 같은 주인공에 비해서는 차라리 나았다.


 아, 수가 한국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굉장히 확고한데, 사실 너무 적응을 잘하고 한국에 대한 언급도 없어서 그리워하는지도 몰랐다. 이쯤 되면 그냥 안 돌아가고 눌러앉는 편이 더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중간쯤부터 했다.


 읽으면서 그웬돌린님의 『블랙잭』이 많이 떠올랐었다. 두 소설 다 다공일수이고 수가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오르는 점이 같아서 그런 듯. 대놓고 모든 걸 몸으로 때우지 않는다는 게 차이점이고. 『블랙잭』에서는 순정파 기사가 가장 귀여웠지만 여기서는 오히려 사랑에 서툰 포지션인 미리암을 응원했다. 평소라면 순수한 델하르트 쪽을 응원했을 텐데. 성격에 상관없이 서브공 포지션을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델하르트가 아버지를 죽이는 등 파멸의 길을 걸어서 좋아 보이지 않는 것일까. 

 bl 소설을 볼 때마다 하는 생각이지만 얘네들이 하는 사랑이 너무 궁금하다. 어떤 사랑이 자기파괴로까지 이끄는 걸까? 어떤 사랑이 구원받는 느낌까지 들 수 있는 걸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어쩌면 겪을 수 없고 실재하지 않기 때문에 구원스토리가 가장 매력적인 것이 아닐까.



Posted by 리뷰하는 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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